111221
이사하고 나서 뒷정리를 하지 않은듯 바닥엔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다. 벽지는 군데군데 헤져있고, 흰 쇼파는 발자국과 갖은 떼로 얼룩져있다. 거실 대부분의 가구들이 버린건지 아직 쓰는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바닥에 깔았다기 보다는 아무렇게나 던져놨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싸구려 카펫은 그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자전거 2대와 부서진 의자, 주인없이 흐트러져 있는 우편물들과 부조화를 이룬다. 이 와중에 파란 커튼만은 흠 잡을데 없이 깨끗하고 또 제 구실을 다하고 있다. 그 커튼 넘어로 보이는 필라델피아의 새벽 거리는 버려진 도시의 일부분 같다.
하노버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필라델피아. 그 대조적인 모습을 축소한듯한 한 아파트. 새벽에 홀로 맡은 그 거실의 정취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또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