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02
지난 시험을 취소하고 다시는 올것 같지 않던 다음 시험을 하루 앞두고 있다. 다행히 심히 초조하거나 긴장하지는 않고 있다. 평정심이라하기는 뭣하고, 그냥 무덤덤하다. 이번 학기동안 겪은 격한 감정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보며 ‘뭣땜에 그랬을까’하는 생각마저든다. 인정하긴 싫어도, 나는 원래가 별것도 아닌 일에 질질짜고 징징대는 놈인가보다. 이렇게 약해 빠져서 앞으로 어떻게 큰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지만, 그런것 치고 여기까지 버텨낸것에 스스로 장하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든다.
엘셋을 하루 앞두고 있으니 다트머스에서의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을까. 그보다도, 무엇을 얻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버텼을까. 지난 4년이 내 인생에 더한게 뭐가 있을까. 그렇게 힘들게 싸우면서 또 잃은건 뭘까. 고등학교 때 처럼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됐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곳을 떠날 수 있을까. 나중에 뒤돌아 볼 때 내 인생의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한 장(章)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솔직히. 얻은게 많은것 같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집으라면 말하기 힘든 그런 시간이고 그런 곳이었다. 나이가 좀 들어 곱씹어 볼 때야 비로소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었는지도. 지금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